Category: Books

  • 도모유키

    도모유키 –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일본군 장수의 이름이다.
    임진왜란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일본인의 시각으로 쓴
    역사소설이다.
    도모유키는 가난한 농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농민병에 지원하고
    낯선땅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돈 때문에 팔린 여동생에 대한 연민으로
    명외라는 조선인을 좋아하게 되는 도모유키는
    하루빨리 살아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
    오래간만에 읽은 소설이었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우리에겐 적군이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해봤다.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
    domoyuki.jpg

    ‘같이 가요, 도모유키 님.’
    도모유키는 명외의 말을 기억했다. 명외의 목소리를 떠올리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도모유키는 그동안 배운 조선말을 깡그리 잊어버렸다. 히노가 가르쳐준 조선말은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았다. 히노가 가르쳐주고, 자신이 외우고 내뱉던 말은 모두 죽은 말이었다. 그에게 살아있는 조선말은 단 한마디뿐이었다.
    ‘같이 가요, 도모유키 님.’ (p.249)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Scott Nearing & Helen Nearing
    도시에서의 명예와 부를 포기하고
    시골로 이사해서 자급자족의 생활을 했다.
    Scott Nearing은 100살이 되던 해에 그 자신이
    음식을 끊음으로써 죽음에 이르렀고
    Helen Nearing 역시 92세에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아름다운 삶이란 욕심을 버릴 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생활로 삶으로 보여주었다.
    goodlife.jpg

    53년 동안 함께 살았던 스코트가 만 100세가 된 지 3주일 뒤에 메인에 있는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날 하나의 장이 막을 내렸지만,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이와 더불어 계속되고 있다. 그이는 오랫동안 최선의 삶을 살았고, 일부러 음식을 끊음으로써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 나는 느슨하게 그이 손에 마지막까지 쥐어져 있던 고삐를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p.7)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정말정말 재밌는 소설이었다..
    고시원 방안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고 웃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 (박하사탕을 본 후의 기분 같은 것…..)

    내가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하고,
    같은반 친구들끼리 토요일마다 동사무소 앞마당에서 야구를 했던,
    초등학교 4학년 그 때엔,
    인천 연고의 야구팀은 삼미 -> 청보 -> 태평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태평양이 아닌 대전 연고의 빙그레를 응원했고
    지역 연고를 주장하는 아버지와 동생은 태평양을 응원했었다..
    피홈런 1위 키다리 잠수함 투수 한희민.
    송곳 같은 제구력의 이상군.
    악바리 이정훈. 타격왕 이강돈. 홈런타자 장종훈.
    항상 우승 문턱에서 해태에게 무너져 2위에 그쳐야 했던 빙그레….
    그래서 아직도 선동열에겐 씁쓸한 감정이 남아있다.. ^^;

    어느순간부터 프로야구..라는 것에 관심을 두기가 힘들어졌고,
    언제부턴가 빙그레는 한화로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우승도 해냈지만…
    그다지 기쁘진 않았다..
    그 때의 한화는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빙그레와는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학교에 들어가고
    어느순간부턴가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삼미의 야구…

    그래… 하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그런 야구를 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젊잖아…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더라도
    연습생 출신에서 홈런타자로 우뚝 선 장종훈처럼
    빙그레의 야구를 해야하는 거 아냐?

    그리고 나는 ― 별 무늬가 박힌 잠바와 모자, 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잡동사니들을 어루만지며 참으로 오랜만에 나의 과거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왜 그동안 한 번도 과거를 기억하지 않은 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너무 바빴다. 언제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랬다. 생각하면 나에게도 왕년이 있었다. 촌스런 별 무늬처럼, 느닷없고 보잘것없던 청춘의 1, 2년. 순간 인정하기 싫은 것은 ― 그래도 그 순간이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단 잔인한 사실. 대저 그것이 클라이맥스였다니, 우리의 삶은 얼마나 시시한 것인가.
    그 적막하고 쓸쓸한 방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엄청난 각도로 휘어진 슬라이더 볼이 자신의 출발점을 뒤돌아보는 느낌이었고, 자신을 놓아준 투수의 그 공허한 빈손을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한없이 멀고 아득했다.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