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Books

  •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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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버스 타는걸 좋아하는 나는 사실
    버스기사님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게 있었다.
    괜히 혼날까봐 잽싸게 타고, 미리 벨을 누르고 문앞의 봉을 꼭 부여잡고 후다닥 내린다.
    이런 나의 습관이 유럽 특히 영국에 갔을때도 어김없이 발휘되어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을 내밀어 창피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2층버스임에도 정류장에서 도착하여 문이 열렸을때
    비로소 2층에서 내려온다.
    말그대로 문화충격이었다.
    왜 우린 그게 안될까…
    버스기사님들이 나빠서 일까?
    ‘빨리빨리’ 라는 일명 한국인의 습성 때문일까?
    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물음에 대한 정답이 바로…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에 있었다.
    노선을 물을때 왜 버스기사님들이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하는지…
    쾌속질주를 하며 정거장을 지나치는지…
    제때 제때 내리지 못하면 구박을 받아야 하는지…
    덥고, 추운데도 버스에 냉방과 난방을 작동시키지 않는지…
    솔직하고 꾸밈없는 20년 버스기사 경력의 지은이의
    이야기는 새해를 여는 1월 나에게 꽤 큰 깨달음을 주었다.
    반감과 긴장된 맘으로 휙~ 하고 버스를 타는 나도
    내일아침엔 그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일산-대곡로-수색-모래내-연세대-시청, 이렇게 써놓으면
    사람들은 머리 속에 그 노선 지도가 그려진다.
    그런데 동그라미 안에다 ‘이마트’, ‘연세대’ 이렇게 써놓으면 그게 어디서 어디로 가는 차인 줄 아나.
    ‘빨강’ 하고 둘째 자리 번호가 ‘7’이면 일산이나 원당에서 오는 차인줄 안다고?
    에라이 또라이들아. 그건 시에서 니들이 관리할 때나 써 먹어라.
    시민들은 자기가 가는 차 번호를 외우지 그런 걸 외울리가 없다.
    게다가 같은 번호 ‘7’이라도 일산과 원당은 전혀 다른 곳이고
    같은 ‘6’지역이라도 인천과 시흥은 의정부와 임진각 같은 차이다.
    빨강차는 R, 파랑차는 B는 또 뭔가.
    왜 빨강차는 ㅃ 파랑차는 ㅍ 라고 해놓지. 미국 물을 먹었냐 영어 첫 글자를 써 놓게.
    열 받은 어떤 네티즌은 G, R, Y, B 그 영어 첫 글자를 따서
    ‘지, 랄, 염, 병’ 으로 버스에다 그려놓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 개판 (page. 78)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글, 최호철 그림 | 보리 | 2008

  • 인생만화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다.
    사실 독후감을 포함해서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이
    재미있을 때도 있고, 좀 구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걸 내가 왜 굳이 적고 있을까 하는..)
    다른 바쁜 일에 밀려서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칠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가끔 지난 글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이렇게라도 적어두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인생만화’를 보면서
    좀 더 시간을 내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인데,
    그 그림과 감칠맛 나는 글을 보고 있으면
    내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자전거 타고 양재천을 달리는 여유 정도는 가져야겠다.
    인생만화
    책을 덮고나니 눈에 들어오는 표지의 한자 제목.
    人生漫畵가 아니라 人生萬花였다.

    나는 출근길에 여기저기 눈이 머무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골목에서나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면 대상과 대화하게 되고 친해지고
    사물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어, 결국은 사랑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무엇이든 천천히 그리면 다 그림이 되어 어떤 때는 내가
    마이다스의 손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은 사물 자체가 원래 황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실 습관이어서
    그리지 않고 있으면 언제 황금이었냐 싶게
    그냥 사물로 돌아가버린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침에 골목을 나서면 이런저런 것들이 그려달라고
    발목을 잡는다.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 행복한 천형 (p.129)

    인생만화
    박재동 글, 그림 | 열림원 | 2008

  • 나는 왜 불온한가

    진솔한 내면의 목소리는 꾸미지 않아도 빛이 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고지식한 사람이거나 대단한 사람이다.
    김규항씨는 그 두가지 모습을 다 가진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왜 불온한가: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저 | 돌베개 |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