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Life

  • 서글픔

    일년만에 미용실에 갔다.

    고등학생 이후로 줄곧 긴머리만 했던 나는 머리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그 흔한 염색한번 한적이 없는 나는 머리한번 하려면 온갖 고민을 다한다. 나같은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에 콜라장사와 미용실은 망하기 쉽상이다.

    아기를 낳고 가장 먼저 망가졌다 생각한게 머리카락이었다. 영양은 다 빠지고 엉키고 머리카락은 숭숭숭…

    모유수유때문에 퍼머도 못하는 머리카락이 미련 없었는지 생각보다 많이 잘라냈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두피가 어떻고 탈모가 어떻고 헤어디자이너 언니의 질책과 걱정이 내내 날 서글프게 만들었다…

    친정엄마가 요즘 날 보고 하는 말이 있다.

    찬서리 맞은 고추가 되었다고…

    나도 느낀다.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림을…

    계란 한판이 된 내 나이 나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건가보다…

  • 엄마마음

    이틀째.
    젖을 떼고 유축을 하고 있다.
    기계로 유축을 하는건 지루하고 피곤하다.

    유축을 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시아의 보드라운 손이 내 가슴을 감쌀때 그때만큼은 8킬로 되는 시아의 무게도 참 행복했다.

    젖병을 잘 빨아주는 시아.
    깊은 밤 잠이 들었다가 엄마의 내음이 그리웠는지 끙얼거린다.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솟아오르는 무엇인가가 시아에게 젖을 물리게 했다.
    쪽쪽쪽 빠는 시아를 보며 슬퍼서 눈물이 났다.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시아는 잘하고 있는데 내가 젖을 못 떼겠다.

    오늘아침.

    맘을 다시 굳게 먹고 좋은 분유를 찾기 시작했다. 직접빠는 것과 달라 유축한 젖만으로는 시아의 배고픔을 채울 수 없다.
    원산지며 성분이며 공부하듯 찾아보는 엄마마음. 가격은 그리 중요치 않다.
    모든 다 주고 싶다는 엄마들의 마음…

    나도 이제 진짜 엄마인가 보다…

  • 미안해 시아야…

    시아는 참 예쁜 딸이다.

    보통은 한번쯤 과격한 표현이지만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나 아빠를 힘들게 한다고 하는데

    시아는 뱃속에서부터 엄마를 참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줬던 예쁜 아가다…

    그래도 육아라는게 만만치 않았는지

    급체로 인해 구토에 열에 오한 그리고 근육통까지

    어제 하루는 정말 입덧과 분만만큼이나 힘들었던 하루였다.

    앉아 있을수도 없이 어지러운데 시아에게 직수를 한다는건 힘든일이었다.

    분유와 젖병에 익숙치 않은 시아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들으니 누워있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그동안 시아가 아프면 어쩔까 하며 전전긍긍했었지

    내가 아프면 이런 많은 부분들이 불편하다는 걸 미처 생각치 못했다.

    엄마의 건강이 곧 아기의 건강이기도 하니까…

    복귀를 앞두고 모유와 분유사이에서 정말 내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엄마로서 살 부비며 직수하고 싶은맘을 버리지 못하고 복귀해서라도 모유수유는 계속 할 생각이다.

    다만 유축을 해서 젖병에 주는걸로…

    그래야만 젖찾으며 보챌지 모르는 시아를 봐주시는 친정엄마의 불편을 덜어주고

    시아에겐 그나마 모유라도 먹이고 싶은 자식과 부모로서의 그 두 맘이 참 그간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공존했던 것 같다.

    그런 갈등속에 아팠던게 계기가 되었는지

    오늘부터 젖을떼고 유축을 해서 분유와 병행하며 젖병으로만 먹이고 있다.

    친정엄마도 나도 젖병을 빨다가도 서러워 끅끅 거리는 시아를 보며

    그만두자도 싶었지만 그래도 배고픈지 쪽쪽 빨고 잠드는 시아.

    속눈썹에 눈물이 맺혀 잠이 든 시아에게 뽀뽀를 하며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계속 젖을 물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렇지만 엄마는 시아를 정말 사랑한다고…

    시아야 담주부터는 이유식도 함께하자.

    오늘 밤은 푹 자고 일어나렴…

    거품키스가 아닌 우유키스의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우리 예쁜 딸 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