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Matty’s

  •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 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쯤 접어둘 것

    시인 문태준『 먼 곳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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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오랫동안 길게 행동할 것…

  • 서글픔

    일년만에 미용실에 갔다.

    고등학생 이후로 줄곧 긴머리만 했던 나는 머리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그 흔한 염색한번 한적이 없는 나는 머리한번 하려면 온갖 고민을 다한다. 나같은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에 콜라장사와 미용실은 망하기 쉽상이다.

    아기를 낳고 가장 먼저 망가졌다 생각한게 머리카락이었다. 영양은 다 빠지고 엉키고 머리카락은 숭숭숭…

    모유수유때문에 퍼머도 못하는 머리카락이 미련 없었는지 생각보다 많이 잘라냈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두피가 어떻고 탈모가 어떻고 헤어디자이너 언니의 질책과 걱정이 내내 날 서글프게 만들었다…

    친정엄마가 요즘 날 보고 하는 말이 있다.

    찬서리 맞은 고추가 되었다고…

    나도 느낀다.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림을…

    계란 한판이 된 내 나이 나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건가보다…

  • 마더하시라…?!

    보건복지부 ‘마더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엄마되세요)’ 캠페인

    한참 입덧으로 힘들었을때 라디오를 통해 이 광고를 처음 접했다.

    출근준비를 하던 나는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그러다 어느순간 이 광고를 보게되기라도 하면

    신경질적으로 채널을 돌리거나 나도 모르게 입에서 중얼중얼 욕이 나온다 ㅋㅋㅋ

    아기를 가진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홀몸이었을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나조차 너무나 당황스러울만큼 몸과 맘이 외계인같다.

    그걸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 있는 아기도 같이 느끼니 더더욱 문제다.

    “배뭉침이 뭐야?” 했지만 지금은 안뭉치면 신기할 정도로

    몸은 외부환경에 또 엄마의 심리에 정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서

    대학땐 생각치 못했던 사회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어려움들을 지금 왕왕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아기가진게 자랑이냐?” 라는 말을 들을까봐 “너만 갖냐?” 라는 말을 들을까봐

    정말 꾹꾹꾹 참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기본적인 배려와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음…

    아주 작은 일이 임산부들에겐 굉장히 고마운 힘이 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울컥 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이 있다.

    제발 튼실이가 느끼지 말고 정말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음 하는 엄마의 큰 욕심을 가져본다.

    아~ 근데 오늘은 왜이리 우울하고 짜증이 날까… 릴. 랙. 스… OTL